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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트라우마'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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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4-06-18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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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보다 값진 무승부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축구대표팀은 18일 오전 7시(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나우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2014브라질월드컵 H조 1차전에서 1-1로 비겼다. 세월호 참사로 정서적 도탄에 빠진 국민의 가슴에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준 멋진 경기였다. 국민 모두가 패배감에 젖어있지만 '하면 된다'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한판 승부였다. 그리고 대한민국 특유의 '은근과 끈기'가 가감없이 드러난 쾌거였다.
 먼저 평가전에서 보여준 우려를 말끔히 씻어 주었다. 본선 개막 일주일을 앞두고 열린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0-4로 참패했다. 한국축구의 고질적 병폐인 수비 불안, 엉성한 역습 대비가 노출됐고 한국 축구의 장기인 측면 공격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홍 감독을 정점으로 한국 축구팀은 놀라울 정도로 빠른 시간에 팀을 정비했다. 아쉽게 승리를 챙기지 못했지만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확 달라진 한국팀의 모습에 국민은 열광했다. 그리고 "적어도 지지 않는 경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홍 감독의 약속도 지켜졌다.
 외신도 거들었다. AP통신은 "한국은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5경기에서 4번 지면서 엉성한 수비 약점을 드러냈지만, 이날 러시아전에서 수비는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AFP 통신도 "손흥민의 오른발 슛과 함께 한국은 충분히 활기차게 시작했다"며 "구자철이 분위기를 살렸고 손흥민이 좋은 기회를 잡기도 했다"고 한국이 전반전 분위기를 이끌었음을 인정했다.
 우리 국민의 월드컵 사랑은 남다르다. 축구 후진국에서 월드컵 개최국으로 도약했고, 이제는 무려 8회 연속 월드컵 출전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아시아에서 한국이 월드컵의 단골 멤버가 되기까지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월드컵 DNA'는 이미 국민의 몸속에 형성된 것 같다.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한 사찰에서는 스님이 요사채 아궁이에 장작을 지핀 후 월드컵 경기를 보려고 법당에 간 사이 불이 나 요사채를 완전 태울 정도로 국민은 열성적이다. 일부 외국계 회사는 출근 시간을 10시로 아예 1시간 늦추었다. 삼성전자는 업무상 지장이 없는 경우 출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자율출근제를 시행, 상당수 직원들은 집에서 러시아전을 시청하고 여유있게 출근하기도 했다.   
 한국팀의 이번 월드컵 경기는 더욱 값지다. 대한민국이 적폐(積弊)를 도려내기 위해 '터닝 포인트'를 찾고 있는 시점에 맞춰 확 달라진 한국축구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국가 개조(改造) 이전에 개조된 한국축구의 모습을 보여줬으니 이 얼마나 소중한 결실인가.
 무엇보다 월드컵 러시아전에서 우리는 승점1점보다 소중한 '자신감'을 얻었다. 이제 우리 앞에 무엇이 불가능하겠는가. 거침없이 질주하는 한국축구, 23일 새벽 4시 대 알제리전이 기다려진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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